[지자체 '트램 열풍' 혁명인가 낭비인가·4]'제2의 경전철' 우려

정확한 예측·성공사례 없이 '너도나도' 도입, '실패' 부른다
  • 이경진 기자
  • 발행일 2016-11-30

2000년대 중반 '녹색 신교통수단'
'경전철붐' 용인·의정부 적극 추진
잘못된 노선설계 수요 부족 '빚더미'
건설 비용 상대적 저렴한 트램도
도심여건 안맞으면 교통난 악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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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이 교통혁명으로 주목받으면서도 우려를 키우는 이유는 각 지자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이 시작되고 있는 데 있다.

성공사례 없이 일괄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준공 후 문제점이 발생 되거나 실제 교통여건에 맞지 않을 경우 연쇄적인 실패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실패로 적자운영의 대명사가 된 경전철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치밀한 타당성 검토는 물론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전철의 실패, 반복되지 않을까.

2000년대 중반 경기도내에서는 최첨단 녹색 신교통수단이라며 경전철 열풍이 불었다. 용인·의정부 등에서 경전철 도입을 적극 추진하며 새로운 교통시대를 맞이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경전철의 경우 현재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수도권 최초 경전철이란 타이틀이 붙은 의정부 경전철은 지난 2012년 7월 개통했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 탓으로 개통 4년 3개월 만에 문닫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경전철 공사에는 의정부시와 민간 자본 등 5천470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본전 찾기는커녕 추가적인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용인 경전철 역시 노선설계 실패 등의 이유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시의 재정까지 휘청이게 만들었다.

경전철의 실패는 예측수요 실패에 기인한다. 의정부 경전철 개통 당시 수요예측 전문기관은 하루 8만여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사업초기 하루 이용객은 1만여 명에 불과했다. 현재 누적 손실액은 2천200억원에 이른다.

용인경전철 역시 용역을 통해 하루 이용객을 16만1천명으로 예측했으나, 2013년 개통 첫 해 1일 평균 이용객은 1만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야 1일 이용객이 2만3천406명으로 운영 초기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예측 수요와는 괴리가 크다.

■경전철과는 다른 트램, 그래도 신중 기해야

트램의 경우 경전철보다 8분의 1 이상 건설비가 저렴해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적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별도의 대형 역사를 설치하지 않고도 접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휴먼교통연구실 박사는 "노면을 이용하는 트램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 외에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이용객들과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면을 이용해야 하는 트램의 특성이 도심 교통난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트램운행시 다른 차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교통사고 발생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보다 정확한 예측 수요를 산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신중하게 사업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도시교통실용화연구팀장은 "수요예측을 복수의 기관에 맡기는 등 보다 세밀한 수요분석이 필요하며, 급속히 추진되는 지자체 도입경쟁을 정부나 도 차원에서 조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기자 lk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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